2025. 3. 20. 23:28ㆍ2026 북중미 월드컵/아시아 지역예선
1. 대한민국 vs 오만 출전 선수 및 포메이션
오늘 오후 8시에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대한민국과 오만의 아시아 3차 예선 7차전 경기 결과 및 관전평을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오늘 경기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하기 위해 꼭 승리가 필요했던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우리는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우리 조의 다른 나라 경기 결과에 따라 살얼음판 위의 위태로운 선두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경기 시작 하루 전 공식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은 오만전 전술에 대해 압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상대를 압박했을 때 롱볼이 많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이때 우리 선수들의 다이렉트 볼에 대한 반응 및 세컨드볼 싸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볼 때 압박은 그럭저럭 했으나, 볼을 뺏고 난 뒤 후속 플레이가 잘되지 않아 준비했던 전략이 잘 먹히지 않았습니다.
또한 김민재가 결장하는 중앙수비수의 대체 문제에 대해 홍감독은 현재 수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며, 커뮤니케이션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 선수를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치진은 리더십과 경험을 갖춘 권경원 선수를 적임자로 판단하여 선발로 내 보낸 것 같습니다. 오늘의 수비는 김민재가 결장함에 따라 우려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큰 위기 없이 무난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축구는 골로 이야기하는 스포츠라 어쩌다 한 두 번의 찬스가 실점으로 연결되었기에 황당하고 허망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오늘 대한민국은 4-2-3-1 전형으로 나왔으며 출전 선수 명단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한민국 출전선수 명단>
이 름 | 등번호 | 포지션 | 선발 / 교체 |
조현우 | 21 | GK | 선발 |
권경원 | 20 | CB | 선발 |
조유민 | 14 | CB | 선발 |
이태석 | 3 | LB | 교체 오현규 |
설영우 | 22 | RB | 선발 |
백승호 | 5 | MF | 교체 이강인 ->교체 양현준 |
박용우 | 8 | MF | 선발 |
손흥민 | 7 | LWF | 선발 |
이재성 | 10 | MF | 선발 |
황희찬 | 11 | RWF | 교체 배준호 |
주민규 | 9 | CF | 교체 오세훈 |
예상대로 GK에는 노련한 조현우 선수가 선발로 출전하였고, 중앙수비에는 최종예선에서 나름대로의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는 조유민 선수와 경험이 풍부한 권경원 선수를 선발로 내보냈습니다. 좌·우측 측면 수비수에는 이태석과 설영우 선수를 선발로 낙점하여 포백을 구축했습니다. 포백 라인 간 호흡과 상호 간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만큼 활발하게 이뤄지는지 여부가 오늘 수비의 관건이었습니다.
중원은 그간 선발명단과는 다소 변화가 있는데, 주축인 황인범이 부상의 여파로 명단에서 제외되고 그 자리에 백승호 선수가 선발로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강인 선수가 선발이 아닌 벤치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다 보니 경기 감각이 좋을 때보다는 좀 떨어져 있어 후반에 투입할 예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격에는 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와 황소 황희찬 선수가 좌 · 우측 윙포워드로 선발 출장하였고, 이재성 선수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그라운드를 활발히 누볐습니다. 최전방에는 최근 대전으로 이적한 K리거 주민규 선수가 선발 출전하였습니다.
2. 전반전 경기 리뷰
예상대로 전반전에 오만은 철저한 수비 위주의 5-4-1 전술로 잔뜩 웅크려서 자신들의 골문을 지키고 간간히 역습을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 전략으로 나왔습니다. 이런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해 약속된 패턴 플레이와 포지션 변경, 빠른 패스로 상대의 수비를 흔들어야 찬스가 발생합니다만 전반전 내내 밀집수비를 뚫지 못하고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경기 초반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이 자주 보였고, 볼터치 미스, 패스 미스도 빈번하게 나왔습니다. 황인범과 이강인이 빠지다 보니 중원에서부터 빌드업이 원활하지 않았고 약속된 정교한 움직임이 나오지 않아 전체적으로 답답한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좌우측 손흥민과 황희찬이 뛰어 들어갈 때 뒷공간 침투 패스가 없어 윙포워드들이 힘만 빼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오늘 고양 운동장의 잔디 상태는 전반적으로 나쁘진 않아 보였습니다. 다만, 그라운드 상태가 미끄럽고 딱딱한 데다 물도 많이 뿌려 공이 바운드된 이후 빨리 튀는 장면이 보였고, 이에 선수들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습니다.
심판운은 전체적으로 나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홈어드벤티지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역차별을 받은 느낌입니다. 명백한 오만의 파울 장면에서도 휘슬을 불지 않고 경기를 그대로 진행시키는 장면이 잦았고, 반대로 우리가 파울을 하면 오만에게는 바로 휘슬을 불어줌으로써 우리 관중들의 분노를 유발하였습니다. 아쉬운 점은 오늘과 같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세트피스라도 얻어 득점찬스를 노려 볼만 하였으나, 주심의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여러 차례 판정으로 그마저도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전반 37분까지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채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때 백승호 선수가 햄스트링을 만지며 벤치에 교체 사인을 보냈고 홍감독은 이강인 선수로 교체하였는데 이것이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이강인 선수가 투입되자마자 특유의 탈압박과 장기인 볼 피딩 능력을 발휘하여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후반 40분 경, 이강인의 침투패스가 침투하는 황희찬에게 연결되었고, 황희찬 선수의 깔끔한 터치와 마무리로 선제골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득점 직전에 황희찬과 손흥민 선수의 포지션이 바뀌었는데 황희찬이 오른쪽에서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다 자신의 주 포지션인 왼쪽으로 이동하니 바로 골이 나왔습니다.
두 선수가 2022년 포르투갈전처럼 호흡이 잘 맞을 때는 시너지가 나지만 사실 국대에서 두 선수의 위치가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국대에서는 황희찬 선수가 왼쪽으로 가야 공격력이 더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득점 장면을 보면, 우리나라에 이강인이 왜 필요한 선수인지 스스로 증명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있을 때는 몰랐는데 황인범, 이강인 선수가 없으니 그들의 공백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첫 유효슈팅이 득점이 될 정도로 경기 내내 답답한 흐름을 바꾸는 시원한 한방이었습니다.
전반전을 평가하자면 선취점을 기록해서 다행이었긴 하지만 선수들끼리 밀집된 수비를 깨는 패턴 플레이가 실종되었고 유효슈팅은커녕 슛시도로 거의 없어 이기고 있어도 답답하고 뭔가 찝찝한 개운치 못한 전반전이었습니다.
3. 후반전 경기 리뷰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선수 교체가 있었습니다. 최전방에서 존재감이 미약했던 주민규 선수를 빼고 오세훈 선수를 투입하였습니다. 오세훈 선수는 장기인 헤더 이외에도 발기술이 나쁘지 않고 수비를 달고 싸워주는 플레이를 즐겨하는 선수라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오만은 후반전에는 지키는 플레이보다 공격적으로 밀고 올라오는 전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사실 이 전략을 잘만 역이용하면 우리에겐 전반전보다 공간이 더욱 생기고 공격도 더 활발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예상이 맞아 떨어지기라도 하듯 후반전 초반 전반전보다 훨씬 활발하게 공격이 전개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오세훈의 러닝점프 후 헤더는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긴 했지만 경기 처음으로 만들어 넣으려는 시도가 좋았습니다. 이어서 손흥민 선수의 슈팅도 골문을 살짝 벗어나 아쉬움을 안겼습니다.
후반전에는 왼쪽 사이드백 이태석 선수가 전반전 보다 상대의 진영에 깊숙이 침투하여 공격을 전개하는 빈도를 높였습니다. 소속팀에서는 공격적인 플레이가 돋보이는데 국대 경기에서는 경험도 많지 않고 아직 나이도 어리다 보니 다소 소극적으로 전반전을 운영한 감이 있습니다. 후반전에 보여줬던 모습처럼 자신을 믿고 좀 더 적극적으로 경기를 한다면 향후 나쁘지 않을 카드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오만보다는 주도적으로 경기를 이끌어 나갔으나 추가득점을 성공시키지는 못하다 보니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후반 80분 경 오만의 알 부사이디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고 만 것입니다. 실점장면을 복기해 보면, 우리 수비 진영에서 선수들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공을 멀리 걷어내지 못하는 바람에 다시 공을 탈취당했는데 결국 이 것이 화근이 되어 골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조현우도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구석에 꽂히는 좋은 슛이었습니다.
우리에겐 동점골도 뼈아팠지만 이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쓰러진 이강인 선수가 더욱 걱정이 되었습니다. 왼쪽 발목의 상태가 꽤 심각해 보였고 결국 업혀서 아웃되었는데 만약 부상으로 앞으로 있을 요르단 전에 결장할 경우 우리나라의 전력 누수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동점골 허용 이후 경기종료 시까지 우리나라 선수들의 플레이는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목표를 200프로 달성한 오만은 당연히 잠그기 전략을 다시 쓰는데 우리는 그 파훼법을 끝까지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끝나 버렸습니다. 플레이를 만들어 가는 과정도 미흡했고, 이기고자 하는 강한 투지도 저는 많이 느끼진 못했습니다. 특히 추가시간 4분에는 이렇다 할 공격도 한번 제대로 못하고 오히려 공격을 당하는 등 참 실망스러운 모습이 연출되었습니다. 오세훈이라는 장신 선수가 있음에도 그의 머리를 타깃으로 롱볼을 올려 세컨드 찬스를 만드는 플레이라도 한번 해봐야 할 텐데 전혀 그런 장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1:1로 경기는 종료되었고, 오늘 경기 승리를 거둬 본선진출을 조기 확정하겠다는 꿈도 다음으로 미뤄졌습니다. 우리 조 다른 경쟁국인 이라크와 바레인의 경기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으나 이 두나라가 승점 3점식을 추가한다면 조 1위는커녕 2위도 장담하지 못하는 극심한 혼전 양상이 전개될 암울한 전망을 해봅니다.
4. 경기기록
1. 득점 : 황희찬(전반 40분) / 알리 알 부사이디(후반 80분)
2. 도움 : 이강인 / 무흐센 알 가사니
3. 교체 : 백승호->이강인(38분), 주민규->오세훈(45분), 황희찬->배준호(63분), 이삼 알 사브히->무흐센 알 가사니(69분), 압둘라 파와즈->살라 알 아하예이(69분), 압둘 라흐만->알 만다르 알 알라위
4. 경고 : 칼리드 알 브라이키 경고, 무흐센 알 가사니 경고
5. 총평 요약
- 경기 주요 변수로 언급했던 소위 오만의 "라마단 효과"는 없었다.
- 백승호와 이강인의 부상으로 다음 경기가 더욱 걱정된다.
- 우리가 항상 고전하는 전형적인 중동의 밀집수비 패턴에 말려든 경기였다.(그것도 홈에서...)
- 국대의 손흥민은 토트넘의 손흥민과 완전 다른 사람이다. 오늘 경기의 워스트로 정하고 싶다.
-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 대응이 너무나 아쉽다. 도대체 뭘 준비한 건지 감독의 역할이 뭘까?
- 일본은 세계 최초로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 지었다. 과연 일본은 우리를 라이벌로 보기나 할까..
- 오만에게도 제대로 슛을 날리지 못하는 실력이면 본선에 나가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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