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6. 20:08ㆍ2026 북중미 월드컵/아시아 지역예선
1.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 확정
한국시각 오늘 새벽 3시 15분에 이라크 원정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2대 0 쾌승을 거두며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였습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대회부터 시작하여 2026년 북중미 대회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쭉 이뤄낸 기록으로서, 전 세계 6개국만 이뤄낸 위대한 기록입니다. 참고로 10회 이상 진출국은 우리가 모두 축구 강국으로 알고 있는 나라로 브라질(22회 연속, 한 번도 빠짐없이 모두 출전), 독일(서독 포함, 18회 연속), 아르헨티나 / 이탈리아(14회 연속), 스페인(12회 연속)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포함될 것으로 생각되는 잉글랜드나 프랑스 등 유럽의 강호들도 이뤄내지 못한 대기록으로 선배 세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축구의 꾸준함과 저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이고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 이라크전 출전 선수 및 포메이션
결과적으로 보면 경기 전 우려했던 원정경기의 어려움들을 불식시킨 한판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이라크 현지 시간으로 밤 9시 15분에 시작하긴 했으나 기온이 30도 이상 유지될 정도로 매우 무더운 날씨였습니다. 또한 이번 경기에 본선 직행 사활이 걸린 이라크는 약 6만 5천여 명의 관중이 바스라 국제경기장을 가득 메워 열렬히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귀중한 승리를 가져왔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잔디상태가 국내 홈경기보다 훨씬 좋아 보여서 경기력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는 점과 원정 승률이 나쁘지 않다는 점 정도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주장 손흥민 선수를 선발 명단에서 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뛰긴 했으나 최근까지 이어진 발 부상 여파 등으로 아직 완전한 몸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오늘도 우리나라는 4-2-3-1 포메이션은 유지한 채로 최전방에 몸싸움과 높이의 오세훈을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좌측에는 저돌적 돌파가 특징인 황희찬 선수를, 우측에는 지난 요르단전 등에서 부상으로 뛰지 못했던 이강인 선수가 선발로 나왔습니다. 중앙에는 위치선정과 이라크전에 매우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이재성 선수와 탁월한 패스와 조율 능력을 가진 황인범 선수, 수비형 미드필더로 후방을 보호하는 박용우 선수가 선발로 출전했습니다. 수비는 중앙에 경험이 풍부한 권경원 선수와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조유민 선수 조합을 내세웠고, 좌우 측면에는 을용타 이을용 감독의 아들 이태석 선수와 설영우 선수가 선발로 나왔습니다. 좌우 측면에 두 선수가 최근 계속해서 선발로 뛰고 있는데 홍명보 감독이 이제는 좌우측 사이드백 조합에 대해 어느 정도 답을 찾은 듯 보입니다.
이라크는 최근 헤수스 카사스 감독에서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으로 교체되었고 이라크 감독 데뷔전이었습니다. 헤수스 감독은 지난 3월 팔레스타인전 충격패 이후 경질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놀드 감독은 호주 대표팀을 오랜 기간 맡아서 좋은 성과를 거둔 감독으로 이라크의 본선 진출을 위해 소방수로 긴급하게 투입된 감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라크 입장에서는 요르단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 홈 승리가 절실한 경기였으나 경고 누적으로 핵심 공격수 아이멘 후세인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게 된 점이 매우 뼈아프게 작용했을 경기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출전선수 명단>
이 름 | 등번호 | 포지션 | 선발 / 교체 |
조현우 | 21 | GK | 선발 |
권경원 | 20 | CB | 선발 |
조유민 | 14 | CB | 선발 |
이태석 | 3 | LB | 선발 |
설영우 | 22 | RB | 선발-> 교체 최준 |
황인범 | 6 | MF | 선발 |
박용우 | 8 | MF | 선발 -> 교체 김진규 |
이재성 | 10 | MF | 선발 -> 교체 전진우 |
이강인 |
18 | RWF | |
황희찬 | 11 | LWF | 선발 -> 교체 문선민 |
오세훈 | 9 | CF | 선발 -> 교체 오현규 |
손흥민 선수가 빠진 것 외에는 선발 라인업에 큰 변화 없이 우리가 꾸릴 수 있는 베스트 멤버가 총 출동했습니다. 다만 공격의 핵심 역할을 해줘야 할 황희찬, 이강인 선수가 소속팀에서 예전과 달리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다소 우려되는 점이었습니다. 황희찬 선수는 경기 내내 돌파를 여러 차례 시도하긴 했으나 크게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하고 교체되고 말았는데 월드컵 본선까지 시간이 남아 있으니 폼을 끌어 올리기를 바라봅니다.
3. 전반전 경기 리뷰
전반 초반에는 별다른 찬스를 많이 만들지는 못하고 다소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라크는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 역습을 노리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우리를 상대하고자 했기에 점유율은 우리가 앞서는 경기 운영을 했습니다만 다소 답답한 경기가 이어지는 흐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전반 25분경 경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이 발생하는데, 바로 이라크 공격수 알리 알하마디가 조유민의 얼굴을 스터드로 긁는 파울을 한 것입니다. 조유민 선수 앞쪽으로 공이 튀어 올랐고 공중볼 경합을 하던 중 알리 알하마디의 발이 높았는데 이것이 조 선수의 얼굴을 가격하게 된 것입니다. 첫 판정은 옐로카드가 주어졌으나 조유민 선수의 얼굴이 스터드에 긁힌 자국이 선명히 있었고, VAR 온필드 리뷰를 통해 파울의 위험성을 인정한 일본인 심판은 당초 옐로카드를 취소하고 퇴장을 명령하였습니다. 이 판정하나로 경기 흐름은 완전히 변했고 결국 승리의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봅니다. 수적 열세와 이로 인한 체력적 열세에 몰리게 된 이라크는 결국 우리의 공격력을 막아내기 역부족이었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공격 점유율이 높아지고 찬스도 많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전반 31분 코너킥 상황에서 약속된 장면이 나왔고 황희찬 선수에게 결정적 찬스가 있었으나 왼발슛이 골대를 살짝 벗어나면서 큰 아쉬움을 준 장면을 시작으로 전반 36분 이강인의 프리킥을 주장 이재성 선수가 절묘하게 머리로 돌려놨지만 크로스바 상단을 맞고 튀어나온 장면, 전반 추가시간 이강인 선수의 회심의 왼발슛마저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등 골대의 저주가 떠오를 정도로 아쉬운 장면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러한 좋은 흐름들을 골로 연결하지 못하고 전반전을 0-0으로 마치게 되어 다소 아쉬운 전반전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4. 후반전 경기 리뷰
후반전을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홍감독의 교체 전술이 매우 탁월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히 최근에 K-리그에서 물이 오른 김진규, 전진우 선수를 투입한 것은 매우 적절한 교체였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후반에 교체해 들어간 선수들이 경기를 끝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는 향후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 평가합니다.
매번 상대가 예측 가능한 주전 중심으로 경기를 하게 되면 우리의 수가 다 읽힐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선수들은 우리나라의 핵심 선수들이라 당연히 경기에 선발로 나가야 하는 것은 일견 타당하긴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활약한 젊고 유능한 선수들에게 향후 남은 시간에 대표팀 경험을 더 쌓도록 많은 기회를 부여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두터운 스쿼드를 꾸릴 수 있을 것입니다. 대표팀 경쟁력 상승효과도 매우 클 것이고 선수들도 적절한 긴장감을 본선 때까지 쭉 가져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전반을 마치고 홍명보 감독은 경고 한 장을 받은 박용우를 빼고 보다 공격적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김진규 선수를 투입했습니다. 김진규 선수는 들어가자마자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였고 특히 상대의 오른쪽 진영을 파훼하는데 많은 움직임을 만들어 냈습니다. 후반 18분 이강인 선수가 오른쪽에서 더 좋은 자리에 있던 김진규 선수에게 패스를 했고 김진규 선수는 침착하게 인사이드로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골대 구석으로 밀어 넣어 선제골을 기록했습니다. 이라크전까지 A매치 27경기 출전하면서 3골을 기록한 김진규 선수는 11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짓는 귀중한 결승골을 넣은 선수로 역사에 기록되게 되었습니다.
선취골을 기록한 우리 대표팀은 더욱 점유율을 높여가며 공격에 고삐를 쥐고 이라크의 골문을 위협하였고, 후반 37분 교체로 들어간 현재 K-리그 득점왕 전진우 선수가 패스한 공을 오현규 선수가 밀어 넣으며 추가 골까지 기록하였습니다. 이 골은 패스와 마무리도 멋졌지만 그전에 중원에서 공을 받고 돌아서서 전진우에게 절묘한 패스를 한 황인범 선수가 최대 수훈자라고 생각합니다. 황인범의 진가가 다시 한번 드러난 본선 진출 확정 쐐기골이었습니다. 두 골을 허용한 이라크는 거의 전의를 상실하였고 결국 그들의 안방에서 우리나라가 본선 진출을 확정하는데 들러리 역할을 하고 말았습니다.
5. 경기기록
1. 득점 : 김진규(후반 18분), 오현규(후반 37분)
2. 도움 : 이강인, 전진우
3. 볼점유율 : 한국 76% / 이라크 24%
4. 슈팅 : 한국 13(유효 7) / 이라크 5(유효 2)
5. 패스 성공률 : 한국 88% / 이라크 64%
6. 코너킥 : 한국 10 / 이라크 1
7. 프리킥 : 한국 8 / 이라크 11
8. 파울 : 한국 12(경고 4), 이라크 8(경고 1, 퇴장 1)
6. 총평 요약
- 일본, 이란 등 다른 조 강호들이 본선 진출을 이미 확정해서 부담감이 컸을 텐데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것에 감사하다.
- 새벽에 잠 안 자고 일어나서 경기를 본 사람이 이 번에는 승자였다.
- 11년 연속 본선 진출의 쾌거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특히 요즘 아시아 축구의 흐름상 보아도 말이다..
- 손흥민 선수가 빠지고 주전 선수들이 부진하더라도 젊은 선수들이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 축협은 본선에서 더욱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한 지원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 홍명보 감독이 욕은 많이 먹었지만 그래도 무패로 나름 선방 중이라는 평도 있다..
- 오늘처럼 적절한 선수 교체 등 상황에 따라 전술적 유연함을 더욱 발휘해 주었으면 좋겠다.
- 마지막 쿠웨이트 전은 홈경기로 치러지는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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